싫다는 감정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가장 쓸데없는 감정은 ‘하기 싫다’이다. 특히 해야 할 일에 대해 이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만사가 다 귀찮아지고 그 날의 감정에 따라 일을 미뤄 버리면 다음 날이 더 힘들어진다. 이 과정이 몇 번 반복된 후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면 아득하리 만치 목록에 할 일들이 잔뜩 쌓이고 그러면 더더욱 하기 싫어지는 경우를 무수히 많이 반복해왔다. 정작 할 일을 쌓아놓은 건 자신이면서 어제의 나, 엊그제의 나에게 그땐 왜 그랬냐며 자책하는 날이 부지기수이다. 귀찮음을 조금이라도 외면하고 오 분이라도 했다면 일이 이만큼이나 밀리지는 않았을 걸 알면서도 하기 싫다는 감정에 패한 날이 셀 수 없이 많다. 오늘만 하더라도 뜬금없이 이 감정이 들었고, 이 글을 쓰고 있는 걸 보니 오늘도 다른 날이나 마찬가지로 틀려 먹은 것 같다.

특히 오늘은 유난히 운동을 심하게 했던터라 피로감과 노곤함이 크게 밀어 닥치면서 이 감정은 더 컸고, 결국 하던 일 접어버리고 이불 속에 누워 조용히 이 감정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대체 이 녀석은 왜 이렇게 불쑥 찾아오는 걸까?

사실 오늘 이 감정의 정체는 정말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하던 일의 방향성이 투명하지 않아 어떻게 일을 해야할 지 모르는 방향성의 상실감이었을 뿐이었는데, 나는 이걸 감정의 문제로 오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방향을 잡기 위해 그저 일의 종류를 바꾸기만 하면 되었을 뿐인데 애석하게도 감정의 문제로 치부하고 일을 아예 내팽개쳐버린 것이다. 깨닫고 나니 내가 괜히 모질이처럼 보였다.

돌이켜보면 사실 이런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있었던 것 같다. 나 뿐만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 역시 상황이나 방식의 문제를 오인하여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참 많았던 것 같다. 특히 무지와 다름, 틀림 따위의 문제나 상황들에 대해 감정이 앞서는 사람들이 많다. 하기사 인간이란 감정과 이성이 늘 뒤엉켜 있는 존재이다 보니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그것들을 잘 분별해낸다는 게 어려운 게 당연하다.

그래서 오늘 한 다짐은 이제부터 왠만하면 감정에 주도권을 넘기지 않겠다는 것.

이제부터는 감정 자체에 순순히 몸을 맡기기 보다는 대응책으로 그 감정이 발생한 원인과 상황, 문제에 대한 면밀한 탐색을 먼저 실행을 해야겠다. 아마도 이 다짐은 부정적인 감정이 몰려올 때 발동을 하겠지.

이랬든 저랬든 어쨌든 참 사람으로 산다는 건 쉽지 않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