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어 써보는 챗GPT 비평글

Motivation 2024. 2. 2. 22:17

챗GPT가 공개된 지 어느덧 1년 하고도 수 개월이 지났다. 처음 공개 되었을 때 "@_@ 그게 뭐에요?", "어쩌라구요?"라며 물음표를 잔뜩 띄우며 관심도 없다가 뒤늦게서야 부랴부랴 써보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처음 사용했을 때는 진짜 놀라웠다. 찾기 어려웠던 자료들을 척척 찾아서 기깔나게 정리를 해주니 이런 서비스가 있다니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이정도면 한 달 구독료 따윈 아깝지 않다며 용감하게 영수증을 끊었고 지금도 여전히 구독하며 업무 중에도 자주 애용한다.

그런데 수 개월 쓰고 나니 뭔가 점점 새로울 것이 없는 그저 그런 서비스가 되어 가고 있는 느낌이다. 챗GPT 서비스 품질 자체가 떨어진 게 아니다. GPT-4 기반의 챗GPT의 답변은 지금도 여전히 훌륭한 수준이다. 서비스가 아니라 내가 문제인 것 같다. 뭐가 문제인거지?

챗GPT가 불만족스러운 이유는 의외로 챗GPT를 통해 호기심을 해결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챗GPT 서비스의 본질은 사용자의 질문에 답변을 하며 사용자가 궁금해 하는 걸 알려 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사용자가 궁금한 게 없으면 챗GPT의 가치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당연한 이치이다.

처음 챗GPT를 사용할 때는 궁금한 게 정말 많았다. 챗GPT를 처음 사용할 때는 정말 마치 대동강을 건너온 짐 봇따리 장수 마냥 질문을 한 움큼 짊어지고 있었고 챗GPT한테 이거 알려줘, 저거 알려줘 질문을 사정없이 남발하며 오만가지 답변을 다 받았었다. 근데 이제 짐 봇따리에서 꺼낼 질문거리가 거의 고갈되다 시피 했으니 챗GPT에게 먹이는 구독료의 가치에 대해 의구심을 품게 된 것이다.

또 하나는 이제 점점 챗GPT에게 던지는 질문의 난이도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용 초반에는 대충 '사과는 뭐야?', '코끼리는 어떻게 생겼어?' 같은 수준 낮은 질문이었다면, 이제는 '사과 나무를 달에 심으면 몇 미터까지 자랄 수 있으며, 그 사과 나무를 지구로 옮겨와 심는다면 며칠을 살 수 있을까? 같은 이상하고 해괴하면서도 난이도가 높은 질문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프로그래밍 업무에서 챗GPT를 통해 초반에 했던 질문은 '자바스크립트로 현재 시간을 추출하는 함수를 만들어줘' 같은 함수 하나 정도 분량의 답변에 대한 요청이 주를 이루었지만, 프로그램이 점점 구성이 복잡해지고 뼈대를 갖춰 가니 이제는 질문이 몇 줄이 아니라 수 페이지의 분량이 되면서 오히려 챗GPT에게 질문을 하는 과정이 난해하거나 불가능해져 버렸다.

경험으로 헤쳐나가야 할 문제거리가 더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챗GPT를 사용하는 빈도가 줄어버린 것이다. 아무리 프롬프트를 탁월하고 기깔나게 작성하더라도 거기에 들이는 시간과 경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비교하였을 때 전자가 후자 보다 더 우월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아무리 질문을 잘 하는 게 중요하다고 해도 질문을 만들어내는 데 들이는 공수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들이는 공수와 비슷하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렇다고 디버깅이라는 게 열의 하나 정도만 창의성을 요구하지, 모든 경우에 대해서는 창의성이 필요하지는 않다보니 더더욱 챗GPT의 입지가 좁을 수 밖에 없다고 본다. 물론 이건 챗GPT 뿐만 아니라 모든 생성형 AI가 갖는 한계일 것이다.

 

이제부터는 진짜 GPT 까는 글인데...

챗GPT가 공개된 지도 벌써 일 년이 넘게 흘렀는데 아직도 이 시장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인 것 같다. 아직 더 기다려야 하지 않냐고 왜 이렇게 조급하냐고 윽박받을 수도 있겠지만 IT시장에서의 일 년은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 챗GPT가 공개된 이 짧은 기간 동안 벌써 셀 수도 없이 많은 GPT 서비스가 등장했다는 건 얼마나 이 시장이 빠르게 변하는 지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킬러앱으로 떠오른 게 없다. 챗GPT가 킬러앱이 아니냐고? 이게 킬러앱이라면 많이 부족하지 않을까? 구글은 바드를 만들어 놓고 무료로 서비스를 하는데 거의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챗GPT는 한 달에 거의 3만원 돈을 구독료로 받고 있다. 무려 유튜브 구독료 보다 비싸다(!!!!) 심지어 바드는 실험 버전인데도 초반에 대차게 까인 이후로는 챗GPT 보다 좋다는 평이 벌써부터 내 주변 동료 개발자 다수로부터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GPTs? 편하긴 하지만 저렇게 많은 구독료를 받고 내놓은 서비스가 고작 GPTs라니 개인적으로는 진짜 너무 실망이다..

얼마 전에는 샘 올트먼 CEO가 삼성전자 사장님을 만났다는 데 개인적으로는 이 행보도 달갑지 않다. 물론 대한민국 국민된 입장으로 삼성전자나 우리나라에는 희소식이긴 하지만, OpenAI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의 입장으로써는 지금의 챗GPT 서비스를 더 부흥시킬 방편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게 AI 전용 디바이스라니, 결국 구글의 플랫폼 때문에 서비스에 제약이 있다는 증거를 스스로 내보인 꼴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잔뜩 든다. 만약 OpenAI가 상장되었고 주식을 갖고 있었다면 진작에 다 뺐을 것 같다..

그리고 이건 전체적인 GPT 서비스에 대한 의견인데, 요 몇 달 간 종류별 GPT 서비스는 대충 많이 써보고 내린 결론은, 시간을 줄여주는 부분도 상당 부분 있었지만 그와 별개로 또 다르게 스트레스와 불편을 안겨주는 점도 여럿 있었다는 것이다. 일단 지금 서비스 하는 GPT 서비스라는 게 죄다 구독료를 요구한다. Text2Text, Image2Text, Speech2Text, Text2Speech 등등 뭔 GPT만 붙였다 하면 다 돈 달랜다. 그래서 요즘에 통장에 구멍이 뚫렸다... 돈이 줄줄 세고 있다.. (이쯤되면 구글의 갓구글 타이틀은 여전히 휘황찬란하시고 OpenAI 덕분에 주가가 천장에 빵꾸 뚫린 것 마냥 치솟은 마소가 제일 영약하다ㅠㅠ...) 궁금해서 한 번 씩 결제해서 써보면, 이거 계속 쓰다보니 무슨 도박하는 느낌이다. 사행성 같은 묘한(?) 기이함을 느꼈다. 예전에 리니지 할 때 +6에서 +7 무기로 강화할 때의 그런 떨림(?)과 긴장감(?)까지 느껴졌다. (내가 변태인가...!?) 아무리 프롬프트 기깔나게 써도 결과는 케바케. 원하는 결과 나올 때 까지 랜덤박스를 쉴새없이 돌리는 기분이었다. Gen AI라는 게 철저하게(!) 확률 이론에 기반하다 보니 결과가 우째 생성되는지 진짜 말 그대로 랜덤이어서 결과를 논리와 합리적 근거에 기반하여 도출하기도 수정하기도 어려웠다. 오죽하면 이런 서비스가 지식과 학문 상아탑, 예술과 창조의 전당이 될 수 있다면 인류의 존재 가치가 무엇일까하는 심오한 생각까지 하였을까...

그래서 결국 GPT 서비스는 철저하게 '보조적인 수단'이어야 한다. 지금의 서비스는 딱 이 수준이 적당하고 이 수준이어야 한다고 본다. 어느 정도의 편의를 가져다 줬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인류를 지금보다 더 비약적인 수준으로 끌어 올리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요 몇 달 간의 사용을 통해 여실히 깨달았다. 그러니까 랜덤박스 한 번 씩 돌리며 재미 보는 것도 좋지만 너무 도박에만 빠지지 말고 책도 좀 읽고 글도 좀 쓰고 공부도 좀 하자는 게 궁극적으로 하고 싶었던 말이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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