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의 중요성

메모는 생각을 멈추게 하는 좋은 방법이다.

메모하지 않으면 오랫동안 어떤 대상에 대한 생각에 머물게 되지만, 가치 평가를 늘 해야 하는 인간은 현대 사회에서 더 나은 계획과 결정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더 중요한 것, 반드시 해야할 것들을 늘 고민하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간이 가장 크게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열심히 생각했던 걸 잊어 버리는 망각이다.

생각의 메커니즘은 탐욕적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하는데 어떤 한 주제나 대상을 생각하면 그 행위 자체에 투여되는 생체적 자원을 사용할 수 있는 한도까지 가져다 쓰려고 한다. 생각 행위는 목표 달성을 위해 인지적 자원을 독점하고, 오직 하나의 채널만 지원이 되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동시에 생각할 수 없다. 

생각은 또한 화확적 구조가 모두 다르다. 그러니까 생각을 액체라 비유한다면 모두가 물은 아니다. 어떤 건 알코올이고 어떤 건 기름이다. 그래서 어떤 생각들은 더 빨리 증발해 사라져 버리는데 액체의 쓰임과 중요성이 상황에 따라 다른 것처럼 생각 역시 동일하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생각은 어떤 식으로도 보전을 하거나 하다못해 흔적이라도 남겨놔야 한다. 그것들 중에는 가끔 물리 세계의 그 어떠한 액체들 보다 아주 빨리 사라지는 것들이 있다.

이미지, 텍스트, 오디오, 비디오 등은 바로 생각을 보전하고 흔적을 남기는 인간이 가진 강력한 수단이다. 이중에서 콘텐츠의 생산의 측면에서 가장 접근성이 높고 빠른 게 텍스트이다. 가장 효과적인 것은 비디오이지만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 물리적 자원이 요구된다는 단점이 있다. 잊어버릴 것 같은 말과 생각을 기록하기에는 텍스트가 제격이고,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비디오가 가장 효과적이다.

메모를 하면 가장 좋은 점은 망각에 대한 불안과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사람은 가정이 생기고 사회적 입지가 올라가면서 점점더 많은 요구사항과 문의를 사람들로부터 받게 된다. 안타깝게도 인간의 뇌 용량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모든 걸 다 기억할 수 없다. 당연하다. 세상에 무한한 게 있을리가.

메모를 해두고 어딘가 던져두면 더이상 기억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나중에는 그 메모지를 보는 행위만 한다면 잊었던 기억을 되살릴 수 있으니까. 놀랍게도 인간은 이렇게나 놀라운 성능을 가진 생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