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이유

Motivation 2023. 12. 13. 23:26

책을 많이 읽으면 좋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자란 사람이 있을까? 필자 역시 그 말을 교훈삼아 독서를 꾸준히 하려고 노력해왔지만 정작 누군가 독서의 이유를 알려달라고 하면 대답하기가 참 어렵다. 알면서도 말하지 못하는 그 상황이 답답해서 독서의 이유에 대해 정리를 해보았다.

책을 읽는 이유는 다양하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흥미로운 이야기에서 상상의 즐거움이, 지적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깨달음의 즐거움과 지식의 신비를 탐구가 독서의 목적일 것이다. 또한 자기계발을 하거나 상식을 쌓기 위해 서점을 기웃거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독서를 어떻게 처음 하게 되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필자의 경우는 허영심 때문이다. 독서란 것이 누구나 즐길 수 있지만 누구나 하는 취미는 아니고, 과시하기에 딱 좋다보니 한참 과시욕이 강했던 사춘기 시절에는 책을 보면 사람들이 좋아해줄 거라 생각했다. 실제로 그 의도는 잘 들어먹혀 모범생 이미지로 학창 시절을 보낼 수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부끄럽지만 허영심 충만했던 그 시절에는 이해도 되지 않으면서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등 고전 작가들의 문학을 주로 읽었었는데, 어쩌면 친구들은 날 무시한 게 아니라 이상한 녀석쯤으로 여겼을지도 모른다.

보통 사람이 허영에 취하면 결과가 좋지 않다. 허영에 젖어 물건을 이것저것 사다보면 빚더미에 오르고, 과시를 목적으로 운동하다보면 몸을 다쳐 병원 신세를 지기도 한다. 직장에서도 상사에게 잘 보일 목적으로 무리하게 야근하다 보면 이내 건강을 해치게 되고, 심지어는 가정이 파괴되기도 한다. 이렇게 허영이 우리 삶을 어떻게 파괴시키는지는 굳이 서술하지 않아도 한번쯤은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독서는 허영이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이다. 경험상 아무리 책을 많이 사도 다른 물건을 살 때 쓰는 것보다 지나침이 없고, 아무리 오래 읽어도 절대 무리하여 날을 세우는 경우도 잘 없다. 또한 격렬하게 몸을 움직이지 않으니 다칠 일도 없다. 딱히 한계를 정한 것도 아닌데 항상 적당한 선에서 취미가 마무리 되니 다른 취미와 비교했을 때 건강하고 건전하며 자극적이지 않다.

취미 수준에서의 독서는 무조건 똑똑해지거나 말발이 좋아지지는 건 아니다. 똑똑하거나 말을 잘 한다는 건 곧 잘 알고 있다는 것이지만 책 한 권 읽는다고 무언가를 갑자기 잘 알기는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그래서 만약 독서의 목적이 이런 것이라면 독서와 함께 별도의 조사나 글쓰기 등의 부가적인 활동을 병행해야 하니 독서에 대해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아야 한다.

비록 독서만으로 우리는 똑똑해지지는 않지만 다른 세상이나 지식, 지혜에 대한 충분한 컨셉(concept)은 얻을 수 있다.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나 자신이 속해 있는 환경에서는 죽을 때까지 접할 수 없는 지식을 우리는 책을 통해 소개받을 수 있다. 그렇게 우리는 독서를 통해 내면 세계를 넓힐 수가 있다. 이런 것들이 쓸데없는 것이라 치부하는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 경제나 정치 같이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분야에 대한 통찰은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므로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기 싫어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본다.

책은 영상 미디어 매체보다 몰입도는 떨어진다. 이는 당연한 사실로, 애초에 미디어는 흥미와 재미를 위주로 지루하고 어려운 내용은 최대한 배제하지만, 자극적인 부분은 최대한 넣는 극단성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책이 재미있고 쉽게 쓰였다고 해도 가치 전달을 우선으로 하므로 발휘할 수 있는 몰입도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또한 독서는 굉장히 능동적인 행위이다. 몸의 움직임은 없지만 머리는 글을 해석하기 위해 쉴 새없이 활동을 하고 해야 한다. 이 활동은 에너지가 상당히 많이 필요한 작업이니 퇴근 후 지친 상태에서는 사람에 따라서는 매우 힘든 일일 수 있다.

이러한 연유로 우리는 독서를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성인의 독서량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은 노동의 강도가 그만큼 세다는 반증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족한 독서량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는 없다.

독서를 하기에는 우리 주변에 자극적인 것이 너무 많다. 텔레비전을 틀면 예능, 드라마, 영화 등 프로그램이 우리를 유혹하고, 컴퓨터를 켜면 게임과 쇼핑에 빠져 몇 시간을 훌쩍 흘려보낸다. 그 이면에는 이 사람들을 통해 한탕 두둑이 챙기려는 기업들의 마수가 뻗쳐져 있으니 이것조차 자본주의 폐해라 생각하면 씁쓸하다가도 방심하면 눈뜨고 코가 베여버릴 것 같아 정신이 번쩍 든다. 이렇게 생활 곳곳에 독서를 방해하는 자극적인 것들이 판을 치고 있으니 독서량이 당연히 부족할 수밖에 없다.

혹자는 독서량에 대한 통계가 스마트폰으로 읽은 것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통계가 잘못 되었다고 하지만, e-book이 아니고서야 인터넷에서 조잡하고 깊이가 부족한 단문을 통해 독서의 효과를 보는 것은 어려우므로 온전한 독서를 하였다고는 할 수 없다. 잡지 또한 마찬가지이다. 잡지를 통해서는 시대의 트렌드를 파악할 순 있지만, 기고자마다 분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짧은 글 속에 깊이를 표현하는 데는 무리가 있으므로 역시 독서의 효과를 보기가 어렵다.

경제가 발전하고 사회가 고도화 되면서 사람들의 취향과 가치관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이런 추세 속에서는 독서 역시 무수히 많은 취미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경제성과 효과를 따졌을 때 이만큼 가성비 좋은 취미는 없다. 그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사람들은 자극과 쾌락에 집중한다. 그러나 그것들은 일시적인 진정제 효과는 발휘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몸과 마음을 망칠 뿐이다. 부디 우리 내면의 잔잔한 고요를 느끼며 쉴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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