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함과 불안감이 공부를 망친다.

공부는 쉽게 해야 한다. 이 말의 의미는 대체 무엇이고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하나의 주제를 구성하는 요소와 그 요소들 간 관계는 다양하다. 그 모든 개별 요소의 특징과 모든 관계를 파악해서 설명할 수 있다면 공부가 제대로 되었다 할 수 있지만, 그걸 알면서도 끝까지 해내기 어려운 게 공부다. 봤던 걸 반복해서 또 보며 심지어는 암기까지 해야 하는 지루한 과정을 참고 견뎌낸다는 건 고된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이 과정을 참고 이겨 내야 비로소 공부한 주제에 대해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게 된다.

공부를 하려고 책의 목차를 펼치면 수많은 단원과 주제들이 빼곡히 나열되어 있다. 그런데 목차의 첫머리부터 어려운 이야기를 하는 책은 단 하나도 없다. 어떤 책이든 주제를 이루는 구성 요소 각각에 대해 먼저 설명을 한 후 점차 요소 간의 관계에 따른 상호 작용과 그에 따른 요소들의 변화나 부가적인 새로운 현상 따위를 설명하는 순서로 문맥이 진행된다. 이처럼 학습이란 분명한 순서와 절차가 있는 것인데 왜 그렇게도 공부는 어려운 걸까? 

지식 자체의 어려움 보다는 개인의 성향이 공부의 쉽고 어려움을 결정한다.

비록 학습 순서와 절차가 정해져 있다 하더라도 모든 과목이 동일한 난이도를 가지지는 않는다. 어떤 과목은 선수 과목이 필요하고, 특징을 파악해야 하는 구성 요소의 양이 많거나 구성 요소 간의 관계가 너무 복잡한 과목도 있다. 결국 과목들 저마다의 다른 학습 곡선으로 인해 학습에 걸리는 시간과 난이도, 노력의 정도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어져 공부를 할 때는 조급함과 불안함에 쉽게 빠지게 된다. 누군가는 이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데,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 바로 이런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성격을 고칠 수 있다면 모르겠다만 고칠 생각이 없다면 이런 사람은 공부가 아닌 다른 일을 찾아 보는 게 맞을 것이고, 반드시 공부로 먹고 살아야 하지만 공부가 너무 어려운 사람이라면 학습 방법을 바꾼다거나 공부 시간을 늘리려는 시도 보다 먼저 본인의 성향을 되돌아 봐야 한다. 만약 본인이 이런 성격의 소유자라면 먼저 성격부터 다스릴 수 있는 마음을 갖기 위해 명상이나 수양을 해야 한다.

예측 불가능한 학습 난이도는 공부를 하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를 사정없이 꺾어 버린다. 비록 그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지는 않지만 공부에 큰 뜻을 가진 사람에게 마음 꺾임은 중대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조급함은 마음이 꺾일 때 생긴 공간으로 침투하여 최악에는 포기하게 만들어 버린다. 마음을 붙잡기 위해 결국 우리 스스로가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 밖에는 방도는 없다. 

그러니 안정된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멀리 보기 보다 가까이 보며, 욕심이 앞서 중간 목차를 건너 뛰기 보다는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차근차근 밟아 가는 것이 좋다. 그리고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공부를 할 때는 시간을 기준으로 계획을 세우는 건 좋지 않은 방법이다. 공부를 하며 우리가 쫓기는 것은 거의 대부분이 시간이다. 계획에서 시간을 없애 버린다면 쫓길 것이 없다. 그러다 성적은 어떻게 하냐고? 안타깝지만 나는 공부를 오랫동안 꾸준히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지, 성적을 잘 받는 방법에 대해 말하는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