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이 필요해!
카테고리 없음 2022. 10. 10. 21:24늘 그렇지만 회사 일은 하기 싫다. 급여가 얼마건 회사 규모가 얼마건 상관없다. 일이란 게 죽을 때까지 해야 한다면, 내 회사를 차려 나의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치만 이게 쉽지 않은 일이다. 일이라는 것이 워낙에 복합적인 것이다 보니 나의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기술 뿐만 아니라 경영과 홍보, 마케팅 등도 알아야 한다. 그러나 나는 기술 쪽에서만 능력이 있을 뿐 다른 분야에서의 능력은 별로고 노력한 적도 크게 없었다. 한 번 들이 밀어보며 경험을 쌓아야 할 테지만 사실 기술도 부족한 시점에 무턱대고 들이 미는 것이 의미있는 일인가 싶다.
어쨌든 앞으로 수 년 간은 회사에 근무하며 독립을 위한 기초를 다져가야 한다. 나의 업무 뿐만 아니라 다른 부서의 업무에도 관심을 가지고 필요하다면 공부도 해야 한다. 사업을 하면 사람이 매우 귀해지니 지금부터라도 인맥을 잘 관리해둬야 할 것이다. 인맥 관리라는 걸 해보지 않아 어떻게 할 지 막막하지만 우선은 인사부터 잘하고 봐야겠지.
하고 싶은 아이템을 생각하고 기획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꼴에 그동안 개발자로써 이것저것 많이 공부해왔다고 자꾸만 기술적으로 파고드는 데 돌이켜보면 이건 참 미련한 짓인 것 같다. 사업을 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아이디어, 둘째도 아이디어이다. 아이디어 없이는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 그래서 창업 관련 수업을 들으면 늘 아이디어 이야기부터 시작했나 보다.
그동안 아예 아이디어를 떠올려보지 않았던 건 아니다. 나름으로는 아이디어도 연습장에 끄적여 보고 확장도 시키려는 시도를 했었지만 늘 마무리를 못 지었다. 지금도 'AUDIc'이라는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는데 언제 그만둘 지 모른다. 마무리를 못함의 패인은 너무 '개발적', '기술적'으로 빠졌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너무 '이과적'으로 살고 있다. 상상력이 부족하니 아이디어 스케치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어쩐지 사람들을 대하는 것도 매우 어렵다. 따지고 보면 주변에서 사람들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도 소설이나 산문을 읽지 않기 시작한 그 시점이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그간 너무 논리와 인과적인 특성을 따지다 보니 상상력이 비약적으로 급감한 게 느껴진다.
아이디어가 우선이 되는 것처럼 사업을 구상하기 위해서는 먼저 비논리적인 '이상'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괜히 '아이디어(idea)'가 '이데아(idea)'와 철자가 같은 게 아니다. 아이디어라는 그 얼토당토 않은 생각을 실현하기 위해 논리와 판단 등의 이성을 필요로 한다.
상상력이 부족하다는 걸 인지하니 다시 소설을 읽어야겠다 다짐했다. 대학교를 졸업한 후로도 소설이나 산문은 종종 읽었지만, 그러한 글들이 뭔가 허무맹랑하고 비합리적이고 지나치게 인위적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최근 수 년 동안은 읽을 수 없었다.
다행히도 철학이나 인문 책, 그리고 다양한 영상 매체들을 보며 꾸준히 교양이 쌓여가니 이제는 세상이 수많은 비논리적인 사건과 현상이 남발한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외에도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철학과 이념이 생기고 나니 허구를 자연스럽게 받아 들일 수 있게도 되었고, 또 그런 것들이 꼭 있어야 성장과 발전이 있음을 여실히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은 오랜만에 SF소설을 한 권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샀던 소설책이 이제 무엇이었는지도 기억 안 나는 나에게 이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리고 게임도 다시 시작했다. 이 게임이라는 게... 그저 놀며 즐길 생각이라기 보다는, 게임 안에는 상상을 근간으로 하는 다양한 스토리와 기술을 맛보기 위해서다. 요즘은 게임을 하다보면 개발자가 어떤 생각으로 이런 기능을 만들었고 어떤 고뇌를 가졌을까를 생각하게 되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느끼는 점이 많다.
앞으로 내 상상력이 어떻게 발전할 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