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나이에 대하여

카테고리 없음 2021. 4. 1. 13:21

나이 때문에 초조할 때가 많다. 이제 어엿한 사회의 일원이 되어 제 앞가림을 잘 하고 있고, 결혼해서 한 가정의 가장이 된 주변사람들을 보면 이 나이 먹고 지금 공부하고 있는 내가 초라하고 한심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다시 사회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든다. 이럴때면 교수님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곤 한다.

퇴임이 얼마 남지 않은 교수님의 입장에서 보면 나는 여전히 어리고 젊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많은 나는, 교수님이 보시기에는 아직도 햇병아리에 불과할 것이다. 나보다도 넓은 세상을 보셨고, 많은 일과 사람들을 경험하신 교수님께서는, 나이가 몇 살이고 어떤 환경에 처해 있는지 한 번도 물어보신 적이 없다. 어쩌면 그것이 무관심으로 여길 수 있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어떤 일을 행함에 있어 그것들이 크게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묻지 않으신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끊임없이 성장하는 것이라고 침묵으로써 말씀을 해주시는 것 같고, 새해 인사에 성장하는 한 해가 되어라는 교수님의 짧은 답변에서 여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의 선택이 절대 틀리지 않았다. 나는 지금의 선택으로, 우리 교수님과 같이 사회적으로 거의 끄트머리에 이른 분들에게 가르침을 받을 기회를 얻었다. 또한 남은 나날을 후회없이 살아갈 수 있게 되었고, 이 순간에 조차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또한 나의 주변에는 나를 응원해주고, 아껴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느닷없이 오는 안부 인사가 얼마나 반가운지, 부족한 나를 보러 멀리서 오는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진심으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헤매이는 모습을 보이기 부끄러워 연락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까지도. 그래서 돈을 못 벌고 사회적 지위가 없다는 기회비용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물론 이 길을 선택하지 않아도 깨달았겠지만, 돈에 얽매이는 나날이 많았던 과거를 돌이켜보면, 적어도 지금처럼 빨리 깨닫지는 못했을 것이다.

출중한 능력이나 많은 자산을 쌓기 위한 인생은 그것 나름의 색깔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절대 틀렸다고 말할 수 없다. 과거의 나는 그렇게 살았다. 언제나 능력 이상의 일을 했고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환경으로 나아가기 위해 매일 생각했다. 그러나 매일이 힘들고 외로웠고 슬펐다. 하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몸은 나무늘보였으니, 그 많은 생각과 계획들을 행동으로 표출 못하여 고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썩어버린 듯 하다. 이제 과거처럼 살고 싶지 않다.

사람들이 보기에 나는 자기 인생을 살아가는 용기있고 멋진 사람으로 비춰질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용기는 부족하고 멋없기 때문에, 그것들을 채우고자 하는 욕심이 남들보다 강하고, 그 욕심을 실천으로 옮긴 사람일 뿐이다. 또 사람들을 좀더 잘 도와 이롭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좀더 극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아갔을 뿐이니, 지금의 내가 자신의 인생을 산다고 할 수 없다. 인간은 타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생존을 위해서는 사회로 나서야 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라는 점을 돌이켜본다면, 자기 인생의 규칙이나 가치관은 사회를 배제하고 정립할 수 없으니, 오롯이 나로의 인생을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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